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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성전’ 방문기 – 신전이 아닌 예술, 조각으로 세운 세계]

by 갈등하는 젊은이 202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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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파타야 북쪽 해안에 위치한 *진리의 성전(The Sanctuary of Truth)*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특별한 공간이다. 입장료는 외국인 기준 성인 500바트, 어린이는 250바트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현장에서도 예매 가능하고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예약도 어렵지 않다. 관람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가이드 투어는 언어별로 시간대가 정해져 있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방콕에서 출발할 경우, 에까마이(Ekkamai) 버스터미널에서 파타야행 버스를 이용하면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파타야 시내에 도착한 후에는 택시나 쏭태우(현지 미니버스)를 타고 15~20분가량 이동하면 성전에 닿을 수 있다. 성전은 해안 가까이에 있어, 바닷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입구부터 뭔가 신비롭고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태국을 열 번 넘게 다녔지만, ‘진리의 성전’은 이번에 처음 방문했다. 솔직히 말해, 사전 사진이나 블로그 후기를 볼 때는 “목조 건물 하나 보러 일부러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막상 마주한 순간 그 생각은 단번에 뒤집혔다. 첫인상은 ‘압도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섬세한 조각들과 목재의 질감, 그리고 높고 복잡한 구조가 마치 거대한 환상 속 성처럼 느껴진다.
외관은 전체가 어두운 색의 목재로 이루어져 있어, 이국적이면서도 기품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불교의 탑처럼 수직으로 솟은 첨탑에는 신화 속 신들이 얽혀 있고, 그 아래로는 도교, 힌두교, 불교, 심지어 우주와 자연의 순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징이 담긴 조각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건물 외벽은 마치 살아 있는 이야기책처럼 수많은 인물과 상징으로 덮여 있는데, 이 모든 작업이 오직 손으로, 철 없이 목재만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내부로 들어가면 외부에서 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어두운 외벽과 달리, 내부는 빛과 그림자가 만든 신비로운 조명 속에서 조각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빈틈이 없다. 각 기둥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고, 중앙 홀의 거대한 불상과 신상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외관이 웅장하고 힘이 있다면, 내관은 훨씬 더 정적이고 철학적이다. 마치 인간 존재와 우주의 이치를 목재로 형상화한 느낌이랄까.
특히 감동적이었던 점은 이 모든 것이 정부나 종교 단체가 아닌, 한 개인의 의지와 자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태국 재벌인 렉 비리야판 씨가 1981년부터 건축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약 40여 년째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완공 시점은 미정이며, 수십 명의 장인들이 매일 건물 곳곳에서 조각과 수리를 반복하고 있다.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안타깝게도 방문 당일은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태양은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간헐적인 비로 인해 공기는 습하고 꿉꿉했다. 땀을 흘리며 성전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한국어 안내사와 함께하는 투어를 접할 수 있었는데, 설명이 친절하긴 했지만 다소 표면적인 내용에 머물러 깊이 있는 해설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날씨와 해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성전의 매력은 결코 퇴색되지 않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건축물이 펼쳐지는 동서남북 각 방향에서 바라보는 외관의 모습은 모두 다르게 아름다웠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 나무 조각 위로 햇살이 스며드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회화 같았다. 바다와 나무, 신화가 어우러지는 풍경 속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진리의 성전’은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종교와 철학이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인간 정신의 조형물이라 할 수 있다. 불교나 힌두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예술이나 건축, 역사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반드시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태국은 쇼핑과 맛집, 마사지와 해변으로 가득한 나라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 가끔은 고요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장소도 필요하다. 진리의 성전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여행 중 잠시 멈춰 서서 ‘진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진리의 성전을 진정으로 감상할 수 있는 가장 황홀한 시간은 해가 서서히 바다 너머로 기울기 시작하는 일몰 무렵이다. 바닷가 바로 곁에 우뚝 선 목조 건축물은 주황빛 석양을 받아 고요히 불타오르듯 물들고, 조각 하나하나에 부드러운 빛이 스며든다. 그늘 아래 숨죽이던 세밀한 조각들은 노을을 맞아 새 생명을 얻은 듯 생생하게 드러나고, 건물 전체는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호흡하는 느낌을 준다. 하루 종일 더위와 습기에 지쳐있다가도, 이 장면 앞에서는 절로 숨이 멎는다.
일몰의 진짜 마법은 빛이 사라진 후부터 시작된다. 붉은 태양이 바다 아래로 사라지면서 하늘은 점점 푸른빛과 자주색으로 물들고, 성전은 어둠 속에서도 우아하게 그 윤곽을 드러낸다. 가늘게 남은 빛줄기가 첨탑 끝에 맺힐 때, 이곳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닌 어떤 신화 속 공간처럼 느껴진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말없이 이 풍경을 바라보며, 셔터 소리조차 아까워할 정도로 몰입한다. 어쩌면 진리의 성전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바로 이 순간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종교도 언어도 초월한, 순수한 아름다움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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